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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울보/언론이 본 최성

문화를 알고 여행 하는 것과 모르고 여행 하는 것의 차이는 - 최성 시장과 함께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2013년, 고양 역사 600년을 기념하여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고양시에서 조성중인 걷기좋은 길, 즉 "고양누리길"을 걸어보는 행사도 2월부터 월 1 ~ 2회 정도 진행하고 있는데요.

누리길 걷기행사에서는 고양시의 역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계신 정동일 문화재 해설위원이 함께 걸으면서 지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경관에 대해 이야기해 줍니다. 지난 3월 30일에는 다섯 곳의 고양누리길 중 "송강누리길" 걷기행사가 있었습니다. 

최성 고양시장님, 김경주 고양 덕양구청장님, 김필례 전 고양시의회 의장님을 비롯한 내외빈을 포함하여 150 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 했습니다. 송강누리길은 테마동물원 쥬쥬 입구에서 시작해서 필리핀참전기념비 앞에서 끝이납니다만, 이번에 걸은 구간은 절반 정도가 다른 길이었습니다.

출발점은 테마동물원 쥬쥬 남쪽으로 버스 한 정거장 거리인 청대골. 고양화훼단지 사이를 지나 야트막한 산길을 통해 월산대군사당에 도착한 후, 송강정철문학관을 거쳐 공릉천 제방길을 따라 출발점으로 돌아갔습니다. 해설 포함해서 세 시간 정도 걸렸으니, 이동시간 면에서는 기존 구간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걷기행사에 앞서 한강변 장항습지를 람사르습지에 등록하고자 시민 서명을 받는 시간을 가졌네요.고양시민이 아니어도 가능하다고 해서 저도 서명했습니다.^^; 사진 가운데 계신 분이 고양시 이용진 환경보전팀장님입니다.~ 

내외빈 간단한 인사말씀이 있은 후 본격적인 걷기에 들어갑니다. 

길을 나선지 얼마 안되어 정동일 위원님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오른쪽에 지금 창고가 하나 보입니다. 저 뒤에부터 동네 이름이 진터마을입니다. 잘 좀 기억해 주십시오. 1593년 1월 27일날 명나라 군사하고 왜군이 싸웠는데, 그때 명나라 군사가 크게 진 곳이 벽제관입니다. 일본군대가 진을 쳤던 마을이 앞에 보이는 진터말(진터마을). 명나라 군사 일 만 명이 전사를 하고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말을 거꾸로 타고 도망갔다고 해서 파주 보광사로 넘어가는 고개 이름이 퇴패고개. 퇴패는 싸움에 져서 물러간다는 뜻이죠. 이렇게 지명과 전설이 연결이 되어 있는데, 이런 것을 공부하면서 걸어가는 길이 고양누리길이고, 우리 고양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 지는 것이 많습니다."
 

그냥 걸어가면 모르고 지나쳤을 사실들을, 이렇게 이야기로 풀어서 들으니 재미도 있고 기억에도 남고 그렇습니다.^^ 
잠깐씩 마을이야기, 고개이야기, 나무이야기를 하면서 숲속 오솔길을 걸어가다보니,
 

월산대군사당 뒷편으로 내려왔습니다. 

월산대군은 "이 정"은 조선 9대 임금 성종의 친형입니다. 일찌감치 왕이 될 예정이었으나, 정략에 의해 동생인 성종이 왕위에 오르게 됩니다. 형제간에는 우애가 돈독했다고 합니다. 동생은 형을 자주 찾아뵙고 극진히 모셨는데, 형의 집에 있던 정자의 이름을 '풍월정'이라고 직접 지어주었습니다. 원래 이름이 석광사인 월산대군 사당은 송강마을과 더불어 송강누리길에서 중요한 볼거리입니다. 사당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많다보니 제법 오래 머물렀습니다. 월산대군 18대손으로 고양부군수를 지내시고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고양분원장(종중회 회장)으로 재직하셨던 이성호 선생님께서 먼저 사당과 그 주변에 대해 설명해 주셨구요. 

정동일 선생님의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예전에 사당 근처에 흥복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습니다. 흥복사는 기원사찰(원찰)로 월산대군 돌아가신 후 후손과 승려들이 월산대군의 넋을 기리기 위해 지었구요. 화성 융건릉의 원찰은 용주사, 세종대왕의 능인 영릉 원찰은 신륵사입니다. 고양시에서 가장 오래된 초가집은 밤가시 초가, 가장 오래된 사당 건물이 숙종 때(1693년) 지은 이 월산대군 사당, 석광사입니다. 원형대로 보존된 것은 이곳 밖에 없습니다. 기와에는 용이나 봉황문양이 아니라 왕(王)자가 세겨져 있고, 처마 아래 기둥 끝은 단청을 칠하지 않고 하얗게 칠했습니다. 밤에 보면 야광처럼 밝게 보여 여기가 사당이란 걸 알 수 있게 합니다. 삼문의 가운데 문은 신이 드나드는 문이라 아래부분이 꼭 맞지 않고 살짝 어긋나 있습니다. 삼문은 제례가 있을 때만 열립니다. 담장이 낮으며 담장 아랫부분이 커다란 장대석으로 쌓여 있고, 담장의 좌우 가장자리로 배수구가 있다는 것이 사당의 주요 특징입니다." 

사당 앞 회화나무는 풍치수로, 더운날 그늘아래서 쉴 수 있게 심어 놓은 나무입니다. 현재 엄마나무 아들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자라고 있습니다. 

기념사진을 찍고 다음 장소인 송강마을로 이동합니다.
월산대군 사당 뒷편에는 오래된 무덤이 있는데요. 규모가 크고 석물도 여러가지 있다보니 이곳을 월산대군의 묘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월산대군 후손들의 묘이며, 월산대군의 묘는 사당에서 남쪽으로 250미터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이번 누리길 경로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제가 전에 찍어 놓은 사진이 있습니다.^^
잠시 월산대군묘와 신도비를 살펴 볼까요? 
월산대군의 묘는 특이하게도 북향입니다. 집이나 묘자리가 대부분 남쪽을 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북향 묘소입니다. 크기는 흡사 왕릉처럼 웅장하며, 다양한 석물이 놓여 있습니다. 

높이가 218미터에 이르는 신도비는 묘 오른쪽 아래 비각 안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신도비는 보통 묘소로 들어오는 어귀에 서 있는데, 월산대군 신도비는 묘역 내에 있습니다. 

월산대군 신도비에서 가장 눈에 띠는 것이 바로 비신 맨 윗 부분. 
월산(月山)을 전서체로 새긴 것입니다.^^
 

다시 월산대군 사당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정표를 따라 송강마을로 출발합니다.~ 

송강마을 입구에는 송강시비공원이 있어서 잠시 시비를 감상하고 송강마을 송강문학관에 들릅니다. 시비는 처음에 한 두 개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계속 추가되어, 이제는 양이 제법 됩니다. 

정철 선생의 자취가 남아있는 송강마을에는 전 고양문화원장 이은만 선생님께서 사재를 털어 만든 송강문학관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문이 닫혀 있어서 창문 너머로 살짝 볼 수만 있는데, 이날은 선생님께서 직접 설명도 해 주시고 내부 구경도 시켜 주셨습니다.^^ 문학관 구경에 앞서 이은만 선생님은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셔서 정말 감개무량하다고 말씀하셨네요. 

문학관은 아담한 크기입니다.
최성 고양시장님께서는 이 좋은 문화유산이 보다 잘 활용되고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영일정씨 가문에서도 한 부 밖에 없다는 세보, 즉 족보입니다. 자 철(아들 정철)이 적힌 부분을 펴 주셨네요.~ 

이곳에 몇 번 와 봤지만 문학관 내부 구경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여기저기 살펴보고 밖으로 나와 마을 뒷편 언덕으로 올라갔습니다. 지금 언덕에는 송강선생 일족의 묘소, 송강을 사랑했던 의기(의로운 기생) 강아의 묘만 남아 있습니다. 정철선생묘는 충청북도 진천군에 있답니다. 

이렇게 송강문학관과 그 주변을 둘러보고 송강고개를 넘어 공릉천까지, 이후 제방길을 따라 천변을 걷습니다. 송강고개 이후부터는 해설없이, 주변 풍광을 즐기면서 걸었습니다.^^
 

중간에 고양화훼단지 사잇길로 쉬엄쉬엄 걸어가다보니 어느덧 출발점, 청대골에 도착했네요.
누리길 걷기 완주를 자축하며, 간식으로 빵을 나누어 먹고 이날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지난 가을 경주에 간 적이 있습니다. 대릉원에서 크고 작은 왕릉을 구경하며 천마총 황남대총 앞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수학여행 온 아이들이 꽤 많이 주변에 모여 있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문화해설사 선생님들이 대릉원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하는데, 큰 줄거리는 같지만 해설사의 성별, 연륜에 따라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 이야기에 포함된 내용은 조금씩 차이가 나더군요. 저도 모르게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마다 옮겨 다니면서 이야기를 함께 들었는데요.
참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이게 요즘 말하는 이야기기법(스토리텔링)의 힘이구나.

그냥 책으로 보고, 안내문을 읽으면 알 수 없는 내용들이 해설사의 입을 통해 전달됩니다. 송강누리길은 전에도 몇 번 걸어 본 적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고양시에서 나눠준 누리길 안내지도, 그리고 곳곳에 설치된 안내문을 읽으면서 길을 걸었는데요. 이렇게 지역을 잘 아는 해설사의 설명을 듣기는 처음입니다. 고양시에서 나고 자란 분들도 여럿 참가 하셨는데, 해설사님 설명에 놀라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지역에 얽힌 지명과 전설, 설화에 대해 알고나면, 고향은 아니지만 마치 고향같은 친근감을 느끼게 됩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으면 자주 참가해 볼 예정이구요. 고양시에서는 2013년 4월 13일 고양시걷기연맹 주최로 누리길 전 구간을 걸어보는 걷기대회 행사를 개최합니다. 

시간 되시면 한 번 참여해 보세요. 아울러, 문화해설사와 함께 하는 누리길 걷기 행사도 지속될 예정입니다. 

<송강누리길 찾아가는 방법>




글. 사진 한정호 (경기소셜락커 초록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