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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나트륨 많으면?" "골다공증 걸려요" '싱겁게 먹기 송' 부르며 세살 식습관 바꾼다

"얘들아, 나트륨 많으면?" "골다공증 걸려요" '싱겁게 먹기 송' 부르며 세살 식습관 바꾼다

  • 고양=김성모 기자

  • 이종선 인턴기자(서울대 국어교육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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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1.26 03:03

    [건강한 삶 9988(99세까지 팔팔하게 삽시다) 프로젝트 - 1부 나트륨]
    [8] 고양시, 어린이집서 저염도 조기교육 큰 효과
    과자봉지 적힌 소금 함량 보며 어? 이건 190㎎이나 들었어요
    다양한 교육으로 머리에 쏙쏙… 고양시 적극지원, 135곳 동참

    3~7세 취학 전 아이들이 모여 있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청 어린이집. 지난 24일 오전 11시쯤 보육교사 김순영(27)씨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이곳 까치반 여섯 살 아이 13명 앞에서 "어떤 음식에 나트륨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우리 한번 찾아볼까요?"라고 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탁자 위에 놓인 라면·과자·마늘빵·약과·우유·요구르트 등을 잽싸게 집어들었다. 뒷면이 보이게 라면을 휙 돌리고, 요구르트병 옆쪽에 쓰인 작은 글씨를 보느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디에 나트륨 함량이 쓰여있는지 이미 알고 있단 얘기다. "(나트륨양은) 50(㎎)이요!" 우유를 잡은 홍성민(6)군이 소리를 치자, 이에 뒤질세라 김가연(6)양이 마늘빵 봉지를 들고는 "이건 190(㎎)"이라고 외쳤다.

    김 교사가 "나트륨을 많이 먹으면 어떻게 된다고 했지요?"라고 묻자, 아이들은 손을 번쩍번쩍 들더니 대번 "골다공증"이라고 말했다. 그 또래 아이들에겐 어려운 질병 이름이 정확히 나왔다. 임지우(6)양은 "짜게 먹으면 몸에 안 좋고 싱겁게 먹으면 뼈가 튼튼해져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면 칼슘이 소변에서 배출되는 현상을 촉진해 골다공증을 유발한다.

    곧이어 노래 교육이 시작됐다. 칠판에 '싱겁게 먹기 송'이란 악보를 붙여놓고 반주를 틀자 모두 어깨를 들썩였다. 아이들은 입을 크게 벌리며 "하루에 소금은 5그램(g), 5그램 넘게 먹지 마요"라며 노래를 했다.

    일산동구청 어린이집은 이 같은 '저염식 교육'을 작년 3월부터 시작했다. 고양시 보육정보센터가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하는 '저염 급식 실천사업'의 일환이다. 보육정보센터에서는 이를 희망하는 어린이집에 싱겁게 먹기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수업 내용과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일산동구청 어린이집은 여기에 자체 개발 프로그램을 보태 아이들에게 싱겁게 먹기 교육을 해왔다.

    윤선희(50) 어린이집 원장은 "아이들에게 저염 급식을 제공하는 게 물고기를 잡아주는 일이라면, 저염식의 중요성을 가르쳐 주는 교육은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하면 어른이 되고 나서도 싱겁게 먹는 건전한 식습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윤 원장의 생각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는 이치다.

    지난 2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청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와 아이들이 라면이나 과자 봉지에 쓰인 나트륨 함량표를 보면서 나트륨양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에게 나트륨 섭취 줄이기 교육을 한다. /허영한 기자
    아이들이 저염 식사를 하고, 싱겁게 먹기 교육을 받자, 어른들의 입맛이 바뀌는 연계 효과가 나타났다. 교육받은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서 엄마에게 음식을 싱겁게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조연정(6)양은 "엄마, 국이 너무 짜요. 다시 끓여주세요"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했다. 자녀가 싱겁게 먹자고 하면 가족까지 자연스레 저염 식단에 익숙해진다.

    고양시 보육정보센터가 3년 전부터 어린이집 원장이나 조리사들을 상대로 저염 급식과 교육을 전파하면서 고양시에서는 싱겁게 먹기 교육을 하는 어린이집이 점점 늘고 있다. 저염 교육 어린이집은 2010년 10개소에서 2011년 85개소, 2012년에는 135개소까지 늘었다.

    전체 고양시내 어린이집 1164개소의 11.5%에 이른다. 김효정 보육정보센터장은 "올해에 추가로 50개소가 싱겁게 먹기 교육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양시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지난해 교육예산 1800만원을 지원하고, '저염 급식 인증 어린이집'이라는 마크도 붙여주고 있다. 최성 고양시장은 "싱겁게 먹기 교육을 하는 어린이집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나트륨 적게 먹기 운동을 고양시 전체로 확산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