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사랑 울보/언론이 본 최성

시장실 앞에서 식칼을 든 민원인과의 만남 - 최성 고양시장의 목민관 일기


식칼들고 시장실앞에서 소란피우는 민원인과의 만남

 




임기 초 있었던 일이다. 


이른 아침 시청 집무실로 출근했을 때 보좌관이 달려와 앞을 가로막으며 급한 목소리로 비상상황을 전했다.

 

“시장실 앞에 한 주민이 와서 신문지에 싼 식칼을 보여주며, 큰 소란을 피우고 있다”는 것이다.

 

'식칼? 그리고 무슨 연유로 이렇듯 이른 아침에 시장실앞에서...'

 

결국 발길을 멈추고 시청안의 다른 공간에서 상황을 보고받았다.


“매년 반복되는 여름철 침수피해 대책을 호소했는데, 여전히 감감무소식이어서 홧김에 처들여왔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이유였다. 시장에 대한 경호시스템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더욱이 최소한의 비서진만 대동하고 수시로 현장의 민원인을 만나고 있는 상황에서 “식칼든 민원인으로부터 불시의 봉변을 당한다면....” 


아찔한 상상이었다. 어느정도 상황이 종료된 이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민원 때문에 시청으로 식칼까지 들고와 소란을 피우는 주민도 민원인으로 알고 친절과 봉사를 다해야 하는가? 아니면 재발방지 차원에서 강력한 법적인 조치를 강구할 것인가?”

 

많은 고민이 이어진 이후, “오죽했으면 비정상적인 방법이지만 자신의 답답함을 하소연했을 까?” 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민원을 해결해주는 방향으로 그 해법을 찾기로 어렵사리 마음먹었다.

 

“목민관은 왕보다 중요하다. 그 이유는 백성의 크고작은 고통을 가장 가까이에서 치유해줄 수 있는 사람은 목민관이기 때문이다”는 다산 정약용선생의 가르침을 애써 떠올리며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시장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힘든 자린가를 뼈저리게 통감한 하루였다.

 

어느정도의 세월이 지난 후 당시의 민원인을 찾아가 만나 보았다. 너무도 편안해 보이는 그 분은 당시 소란피운 사실에 대해 너무도 죄송하다는 말을 연방 하면서 지역의 여러 가지 민원들을 추가적으로 제기하였다. 낙후된 지역의 골목길을 돌아나오면서 나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은 단상이 하나 있었다.

 

“난 목민관으로서 진정 주민들의 끓어오르는 분노를 마음으로 이해하고, 내일처럼 진정성있게 풀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목민관의 소임을 고민하던 하루였다.